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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가지는 몇가지 상념... 본문

N* Life

스타벅스에 가지는 몇가지 상념...

라디오키즈 2006.01.17 10:40

익숙한 스타벅스의 로고가 담긴 컵..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스타벅스는 뭐랄까...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였다.

서울에 올라온 2003년의 겨울 이전까지 거의 27년을 고스란히 익산에서 보냈기에 스타벅스 등의 커피 체인점은 구경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시에도 가끔 대학교 앞의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굳이 이유를 적자면 술을 거의 하지 않는 내게 커피점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또 다른 장소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술을 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자연스레 그 녀석과 만났을 때는 커피 등의 차를 마셨다.(남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게 보기에 안좋다는 건 어디까지나 고정관념이다.-_-)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꼭 한번 마셔봐야지 하는 스타벅스에 정확히 언제 갔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무척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자연스레 책을 꺼내 읽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그냥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도 좋았고 노트북으로 뭔가를 두드리는 사람도 있었고 혼자 창밖을 주시하거나 혹은 음악을 들으며 한잔 가득 담긴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편안함과 익숙함에는 만만치않은 값을 치뤄야만 했다.


스타벅스의 커피들은 가격이 비쌌다.

일반적인 캔커피가 500 ~ 600원. 집에서 마시는 커피의 가격은 더 내려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스타벅스의 음료들은 3,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시작해서 5,000원 이상을 훌쩍 넘는 녀석들도 많았다.(주머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나같은..-_- 짠돌이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스타벅스가 가져다 주는 의미는 그런 유형 자산의 소모를 상쇄하는 매력이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 밥이라도 먹으면 술이라도 마시게 되면 더 많은 돈이 깨질거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3~4시간씩 시간을 보내면서 이 정도의 가격이면 차라리 저렴하다라고도 생각하기도 했었다.(친구들과 주제만 있다면...-_- 4시간인들 말을 못할까.)

어차피 가치의 기준은 당장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의 양 보다는 그 돈을 소모하면서 얻게되는 또 다른 가치의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내게 있어선 스타벅스는 일상적인 사치가 아닌 가끔씩 찾아오는 반가운 친구같은 잠깐의 사치였으니 그다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그런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스타벅스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했던 건 그때까지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유럽의 카페문화... 편안한 좌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햇살이 비치는 야외 좌석에서 잔을 기울이던 그런 카페문화를 미국안으로 그리고 상업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가끔 한해 스타벅스에서 1인당 소비하는 비용이 계산되어 보도될 정도라면 미국에서도 스타벅스를 보는 여러가지 시선들이 있는 것 같다. 또 국내에서도 민족사학이라는 고려대 내의 스타벅스 매장이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익의 우수 매장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우려섞인 기사를 접하면서도 미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스타벅스를 찾는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전문점에서 무슨 마약이라도 커피에 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반 조제커피보다 카페인이 많아서 사람들이 더 중독되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스타벅스 자체가 주는 이미지를 사랑하고 그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어한다. 따끈한 5,000원짜리 커피의 맛이나 양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는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 스타벅스는 햇볕 잘드는 카페이고 이야기를 나눌 장소이며 타인과 소통이 가능한 특별한 영역인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의 상당수는 그 물건이 주는 본래 기능에 만족하는 경우보다는 그 상품이 지닌 특별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더 브랜드에 충성하게 되며 그 제품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유지하길 바라게 된다. 물론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고려점이 더욱 많겠지만... 개인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그 이미지에 만족하고 그 이미지를 얻고 싶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처럼 아프리카의 추악한 피가 묻은 그 돌덩어리를 모든 사랑의 기준인양 찬양하는 것은 이미지에 대한 잘못된 주입이 가져온 슬픈일이지만..-_-; 아직 스타벅스의 커피 원두가 그런 끔찍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지금의 이미지에 앞으로도 충실히 만족할 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적 혹은 유럽의 탈을 쓴 미국의 이미지가 좋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이 한잔이 좋을 뿐이다. 지금 나와 잔을 마주하고 있는 그 사람이 좋을 뿐이며 그와 나누는 이야기가 즐거울 뿐이다.

어쩌면 오늘.. 어쩌면 주말에 나는 또 스타벅스에서 누군가와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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