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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하고 절망과 멘붕을 야기해도 추억 버프 덕에 볼만했던... 에반게리온 : Q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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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하고 절망과 멘붕을 야기해도 추억 버프 덕에 볼만했던... 에반게리온 : Q

라디오키즈 2013. 7. 17. 07:30

한 시대를 풍미하며 신드롬까지 촉발시키고 지금도 마니아들의 가슴에 살아 숨쉬는 영원한 논란거리, 에반게리온. 하지만 전 에반게리온이 한창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시대를 살아왔음에도 당시에는 에반게리온에 큰 과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금도 비슷하죠.-_-;;



마니아가 아니어서 왠지 미안한 에반게리온...


TV 시리즈는 제대로 챙겨보질 않았고 간간히 과거의 극장판을 보긴 했지만 그마저도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니 설렁설렁 보기 일수. 최근 4편으로 재각색되어 화려하게 복귀한 서, 파, Q 등은 챙겨보고는 있지만 이 또한 마니아의 시선으로 보기엔 감히 에반게리온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무슨 애니메이션 하나 보는데 이해도를 운운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애니메이션든 각각의 세계관이 존재하는 법이고 그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온전히 작품을 이해하고 제작진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법이란건 잘 압니다. 허나 모든 작품의 마니아가 될수는 없기에 대충 넘어갔지만 아무래도 에반게리온처럼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쯤 되면 이해도가 조금은 높아야 하는데라는 미안함까지 드는게 문제네요.-_-;;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체 다시 돌아보고 있는 에반게리온 극장판.
이번엔 현재까지 신작인 에반게리온 : Q(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 Evangelion: 3.0 You Can (Not) Redo)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듣기론 Q는 이전의 서와 파가 TV 시리즈를 복각한 느낌이라는 것과 달리 극장판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TV판을 못봤으니 뭐 그런가보다 하고 봤는데요. 얼핏 알고 있던 스토리와는 다른 전개인걸 보면 확실히 에반게리온 : Q는 기존작들과 차이점이 많은 편입니다.


신지에게 관객에게 너무 가혹했던 Q의 설정들...


이 부분부터는 본편의 이야기를 줄줄이 읊게 되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는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보고 나서 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제법 스포일러란 의미...



자. 이야기는 이카리 신지와 에반게리온이 담긴 이상한 상자를 우주에서 구해오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아스카와 마리가 한조가 되어 늘 그렇듯 힘겹게 탈환을 하는데요. 지구로 돌아온 신지는 애매한 상황에 빠집니다. 14년 만에 돌아온 지구는 자신의 기억과는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죠.

그도 그럴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에반게리온 : 파의 끝에서 레이를 구하고자하는 신지의 무모함이 야기한 니어 서드 임팩트 때문에 지구는 또 한번 커다란 격변을 맞았고 사건을 유발한 책임이 온전히 그에게 향하고 있었던 거죠.

그뿐이 아닙니다. 과거 네르프에서 사도와 맞서던,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신지를 이끌던 미사토와 리츠코 등의 네르프 멤버가 어쩐 일인지 네르프와 제레와 맞서는 빌레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거 서드 임팩트 사건의 책임 때문인지 신지를 대하는 태도는 네르프를 향한 빌레의 마음 만큼이나 차가워 보이고요.



에반게리온 초호기를 개조해 거대한 전함 분더를 만든 빌레.
전함 안에서 신지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누구의 배려도 없이 수용소 안의 포로 마냥 무기력한 시간을 보냅니다. 자신이 구했다고 믿는 레이의 안부를 확인하려 애쓰지만 그 누구도 신지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14년 사이의 진실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지 않죠.

그렇게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잃어가는 신지 앞에 갑자기 에바를 타고 레이가 나타납니다. 더 없이 차갑게 레이는 이미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할 뿐인 빌레의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신지는 망설임 끝에 레이와 함께 네르프로 돌아가게 되죠.

니어 서드 임팩트로 폐허가 된 네르프 본부에서 여전히 차갑기만 한 아버지 겐도우와의 재회. 겉모습은 레이지만 자신이 알던 레이와는 다른 느낌의 소녀.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다시 마음을 닫게 되는 신지 앞에 나타난 카오루와 조금씩 우정을 쌓아갑니다.



자신이 일으킨 사건에 대해 카오루에게 전해들은 신지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에 에반게리온 13호에 카오루와 함께 탑승하게 되는데요. 이 불안정한 세계를 다시 과거로 돌리기 위한 마지막 희망에 매달리듯 결전에 나서는 거죠. 그것이 포스 임팩트를 의미한 다는 걸 본인은 알지 못했던 것 같지만... 그걸 막기 위해 아스카와 마리가 출전해 센트럴 도그마에서 한바탕 결전을 펼치게 되고요.

=_= 이 정도면 주요 줄거리는 다 읊어 버린 것 같지만 여기서 일단 정지.
얼핏 줄거리에서도 느껴지실텐데 이번 작품은 신지와 관객에게 참 많이 불친절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더 불친절했나...


14년만에 돌아온 신지에게 무언가 따뜻한, 아니 차갑더라도 진실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면 좋았을 것을 네르프에 대한 복수와 응징에만 눈이 먼 조직이란 설정 때문인지 빌레 소속의 인물들은 뭐 하나 설명해주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신지의 목에 언제 터트릴지 모를 폭탄이나 매달아주고 넌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식으로 자괴감에만 빠트릴 뿐이죠. 문제는 비단 이런 구조가 신지에게만 불친절한게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신지의 입장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와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관객에게도 영화는 단절된 커뮤니케이션 만을 시도합니다. 신지만 모르고 관객은 다 아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신지도 모르고 관객도 제작진의 의도나 이야기의 흐름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죠.



영화는 꽤 스피디하게 이야기를 전개해가고 현란한 연출들을 선보이지만 정작 에반게리온의 설정과 세계관을 분석하고 자신이 생각하던 에바의 세계관의 일부로 흡수하고자 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실로 멘탈 붕괴급의 후폭풍을 남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저야 어차피 에반게리온에 대한 이해가 낮다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건 그거고 불친절하게 이야기를 전개해가기 바쁜 제작진의 연출에는 그리 좋은 점수를 줄수는 없더군요. 



에반게리온 : Q의 Q가 Quickening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래서 더 하고 싶은 얘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다보니 이렇게 됐을 수도 있고 '이게 에반게리온의 스타일이다.' 제작진은 판을 벌려놓을 뿐 그 이후의 이야기는 관객들이 작품을 해체해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분석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팬이 다수라면 뭐 그런가보다 특유의 작품성을 이해하고 넘어가야겠지만 그만큼 따라가기엔 제가 너무 부족해서인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공들인 작화와 추억 깃든 설정, 음악은 매력적...


하지만 이런 불친절한 이야기 구조와 그런 구조에서 자연히 생성되는, 그리고 관객에게 전이되는 신지의 분노와 절망 속에서도 에반게리온 Q는 제게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신 극장판에서 보여주고 있는 공들인 작화는 기본이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추억 버프를 잔뜩 받게 됐으니까요.



2008년 에반게리온 : 서(序), 2009년 에반게리온 : 파(破)에서 꽤 시간을 보낸 후 개봉한 작품이고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작품인지라 더 공을 들인 거겠지만 어느새 셀화처럼 자연스럽게 2D 애니에 삽입하고 있는 자연스런 CG도 그렇고 전반적인 인물의 묘사 뿐 아니라 에반게리온끼리 펼치는 전투나 암울하게 설정된 세계를 담아내는 모습은 꽤 인상적입니다. 불친절해서 더 두눈을 크게 뜨고 봐야하는 관객을 염두에 둔건지 최소한 무너지는 작화 같은 아쉬움은 최소화한 느낌이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전함 분더가 일으키는 추억 버프였습니다.
에바 초호기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거대한 전함 분더는 주변의 중력을 제어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전함인데 디자인 자체는 비호감이었지만 제가 좋아했던 가이낙스 작품들의 공통적인 뿌리와 탄탄히 얽혀 있었거든요.



참고로 가이낙스의 작품 중에 제가 흥미롭게 봤던 건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톱을 노려라', '천원돌파 그렌라간' 정도인데요. 특히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는 사춘기 소년이었던 제 마음을 통채로 훔쳐가버린 역작입니다. 그런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를 에반게리온 : Q에서 다시 만났으니 그 추억 버프가 힘을 받은거죠.


앞선 작품들에서 주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로봇 + 함선이란 설정을 가져온 것도 좋았지만 분더를 이끄는 미사토의 의상과 카리스마는 본격적으로 전투함인 뉴 노틸러스호를 이끌던 네모 함장을 떠올리게 하고 에반게리온에서 이런 함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겐 낯설게만 느껴진 에반게리온 : Q의 세계에서 믿고 볼만한 '희망'을 전해준 배였다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더 흔든 건 제 귀가 먼저 동한 에반게리온 : Q 초반의 음악들입니다.
음악 감독인 사기스 시로(鷺巢詩郞)가 들려주는 곡들은 공교롭게도 과거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가 들려주던 그것과 같았거든요. 과거 자신이 작곡했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의 주요곡들, 특히 노틸러스호와 관련된 웅장한 곡들을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재해석한 곡들을 아낌없이 투입한 덕분에 나디아의 신 극장판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두근거리더군요. 분명 제게 있어선 신의 한수였지만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은, 역시 어렵겠지...



이쯤되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불친절한 전개 속에서도 마니아들의 추억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에반게리온을 다시 부활시킨 이 프로젝트를 안노 히데아키가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저같이 대충 에반게리온을 본 이들은 그렇다쳐도 마니아들에게 또 욕을 들어먹을지 에반게리온의 진정한 완성이라는 평가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그 결착은 마지막이 될 네번째 극장판에서 나겠죠.
에반게리온 : Q를 지켜본 이들은 마지막편에 대해 기대 못잖게 Q가 보여준 틀어져버린 세계관에 걱정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는 듯 하지만 안노 히데아키 스스로에게도 원하던 원치 않았던 신드롬까지 창조했던 이 작품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있을테니 생각보다 깔끔하게 마무리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그럼 작품으로 찾아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라고 쓰면서도 사실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은 애초에 없었다는 걸 잘 알기에 안노가 내놓을 해답이 그저 궁금할 뿐이네요. 설마 지난 몇년간 에반게리온 : Q를 기다리며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 안겼던 멘탈 붕괴의 경험을, Q 이상의 절망을 안겨주진 않겠죠?

에반게리온 :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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