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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지? 밥은 먹었어? 제 손을 잡으세요... 터벅터벅 마포대교와 대화하던 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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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지? 밥은 먹었어? 제 손을 잡으세요... 터벅터벅 마포대교와 대화하던 밤...

라디오키즈 2013. 5. 15. 14:00

일단은 카이님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해야겠죠?
야밤에 마포대교 걷기라니...


터벅터벅 LG 트윈타워 근처를 지나면서도 마포대교를 정말 걸어갈지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1km는 족히 넘을듯한 이 긴 다리를 걸어야 하나란 자연스런 고민이랄까요.


그냥 걸었습니다... 마표대교 위를...





고민은 잠시. 터벅터벅 무던하기만 한 제 다리가 한발씩 나아가더군요.
살면서 서울의 다리를 내 다리로 한번도 건너본 적이 없었던 생각과 자살 명소(?)라는 마포대교가 어떤 느낌일지 실감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거든요.

마포대교에서 자살자가 많은지라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메시지가 다리 곳곳에 있다거나 하는 얘기는 들어 알고 있었고 카이님 역시 그곳에 걷는 사람 옆에서 빛을 밝혀주는 LED가 있다는 이야기에 혹 한 것도 있었고요.





아무튼 마포대교 자체는 늘 그렇듯 여느 한강다리들마냥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는데요.

한발 한발 나아갈수록 다리가 제게 말을 걸어오더군요.

따스한 불빛을 은은히 품은 글자들이 다리 보호대 옆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도 그 즈음이었던 것 같고요. LED라고 해서 뭔가 현란한 걸 생각했던 제 기대와는 달랐지만(-_- 사이키까지는 아니지만 좀 더 빛날 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이의 걸음에 맞춰 점멸하는 조명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려보라거나 지금의 고민이 몇년 후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흘러가는 일이라는 얘기,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 연락해보라는 둥 조심스럽게 애둘러 마음은 흔들고 있었습니다. 간혹 뛰어내리면 물살도 세고 추울거라는 육체적인 고통을 상기시키는 문구도 있었지만 대개 마음을 흔들 이야기들이더군요.





세상을 등지기로 마음 먹은 이들에게 이런 문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란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죽을만큼 힘든 일도 작은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죠.





묵묵히 계속 걸었습니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자살 명소에서 생명의 다리로 거듭나고 있는 마포대교의 위용을 바라보면서요. 왜 이 곳이 자살이 많은 곳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는지는 다리를 건너며 한강과 주변을 둘러보면서 문득 상대적인 박탈감이란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칠흑같이 어두운 강물 위에 우뚝 서 있는 다리. 그리고 여의도의 휘황한 불빛들.
휘황한 불빛 안에서 다들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나만 괴롭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지, 저 검은 강물 만큼 지금의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떠올렸던 건 아닐지...





절망의 크기가 서로 다르고 사연이 다르니 제가 그분들의 사정을 알수는 없지만 또 섣부르게 해법이랍시고 마음에도 와닿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마포대교만은 끝까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수 있도록 그들이 조금이나마 힐링될 수 있도록 따스한 빛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카이님의 낚시질에 낚인 것치곤 걸어볼만했던거죠.
밤 10시 가까이된 마포대교엔 사람들이 제법 많았는데요. 습관적으로 걷든 자전거로 쌩하니 지나가던 다리가 우리의 안녕을 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던 밤이었네요.

덕분에 어제는 어렵잖게 만보를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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