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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에서 희망 찾기... 김씨표류기(Castaway on the Moo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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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에서 희망 찾기... 김씨표류기(Castaway on the Moon)

라디오키즈 2009. 6. 4. 09:38
오늘 스친 사람들. 수십명. 출근길에 지하철이라도 탔다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사람의 바다에서 흘러다니지만 가끔 그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고독함을 느끼곤 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콕 찝지 않아도 인간 관계라는게 애초에 그리 만만한게 아니다보니 인연을 만들기도 그 인연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


김씨표류기(Castaway on the Moon)는 좀 더 극단적인 설정이 깔려있긴 하지만 결국 그 인간 사이의 고립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줄거리는...


자살시도가 실패하면서 밤섬에 고립된 한 남자.
잠시 자살을 미루고 일단은 섬에서 살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모래사장에 HELP라고 썼다가 HELLO로 바꿔놓고 조금씩 섬 생활에 적응될 무렵 낯선 와인병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받아들게 된다.

한편 자신의 방에서 몇 년을 보내고 있는 여자.
지독할 정도로 나름의 규칙을 세워놓고 은둔형외톨이 생활을 즐기는(?) 듯한 그녀였지만 우연히 밤섬에 사는 남자를 발견한 후 조금씩 사람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 변태 외계인에게...


그 남자 김씨... 섬으로 들어가다


그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쫓겨났다.
아니 회사가 아예 망했으니 쫓겨난 건 아닌가. 아무튼 이 넓은 서울에서 어디 한군데 마음 줄곳도 없다. 무능한 남자친구라며 여자친구는 절교를 선언했고 카드는 정지에 빚은 2억 정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 넘실거리는 저 강물에 몸이라도 던져야 할까보다.
그럼 이런 생활도 끝낼 수 있겠지...

여기가 어디지? 분명 한강인데 이 이름 모를 섬은 어디냐.
여의도와 국회 의사당 사이에 섬인데 한강에 이런 것도 있었나? 바쁘게 산다고 지하철에 늘 몸을 실으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이제 무얼 하나.
이 섬에서 빠져나가야 하나? 아니면 이곳에서 계획했던 대로 자살을 해?
모르겠다. 일단은 배 좀 채우고 생각을 더 해봐야 겠다.


그 여자 김씨... 섬에서 섬을 관찰하다


난 혼자였다. 학창시절부터 늘 그랬다.
자기들과 조금 다르다고 왕따를 시켰던 누구 때문에 그렇게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강 조망권의 중산층 부모. 늘 따뜻한 분들이지만 난 달을 동경한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곳을...
차가운 사람들, 마음줄 곳 없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과 거리를 두기로 했다.
나만의 공간. 세상 누구의 멸시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달을 찍으며...

그렇게 달을 찍던 어느날 밤섬에서 그를 봤다.
아무도 없는 공간일 그곳에 누굴까. HELLO라니... 망원렌즈 저편에 그는 묵묵히 밤섬에서 생활을 해나가는 듯 했다. 물고기도 잡아먹고 새도 잡아먹고 가끔은 변태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얼마 만이지 누군가에게 이런 관심을 가졌던게...


담담하게 감성어린 시각을 견지하다...


영화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현대인의 자살과 은둔형 외톨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데 때로는 웃음까지 나올 정도로 전반적으로 구김살없이 힘든 상황의 인물들을 풀어낸듯 하다. 물론 가볍지 않은 소재를 코믹한 드라마로 꾸려내는데 한계도 있었겠지만 공감가는 비주얼과 감성어린 빛과 디테일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하다못해 여자 김씨의 지저분한 방도 창가에서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이 비치면 정말 -_- 은둔해도 될만큼 아늑해 보일 정도였고 섬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여유를 찾아가는 남자 김씨의 모습은 분주하고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네 직장인의 현실과 대비되는 게으름까지 보여줘 조금 부럽기까지 했다.

이런 썩 괜찮은 포장 덕분에 정재영과 정려원이 분한 두 김씨의 팍팍한 삶, 거짓으로 포장된 삶을 현실적인 눈으로 관조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영화란 판타지 속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의 모습은 묘하게 현실적이기도 했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팍팍해져가는 우리네 삶과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또 서로 움츠러드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겠지.


고립과 희망 사이...


초반 두 김씨에 대한 인물 소개에 주력하던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며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가 무언가에 꽂혀서 고립된 상황 안에서 삶의 희망 찾기를 시도하는 부분으로 이어진다.

삶의 희망 찾기는 각자의 섬에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이 펼치는 영화 전반을 가로지르는 주제로 자신들만의 섬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의미와 그 희망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조금은 유쾌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제한된 것들 뿐인 섬에서 묵묵히 희망을 향해 일을 시작하는 김씨나 그를 관찰하다가 기꺼이 그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이내 딱지(?)를 맞은 또 다른 김씨까지. 현실의 우리가 보기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것에 매달리는 인물들은 그렇게 자신의 삶 안에 의미있는 무엇에 다가가며 삶의 의지를 높인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이내 고립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을 표현했던 영화는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결말을 향해 다가선다.

개인적으로 화려하거나 의미심장하진 않았지만 잠시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준 영화였던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 더욱이 흥행이 부진하다니 더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PS1. 영화 보고 나서 기어이 자장면을 먹고 말았다.
PS2. 너무 마르긴 했지만 예뻤던 려원이...

김씨표류기
  • 감독 : 이해준
  • 출연 : 정재영, 정려원
  • 누군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Who Are YOU?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죽..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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