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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키즈@LifeLog


키즈@Movie/Movie 리뷰 l 2008/12/29 10:01 | Posted by 라디오키즈
그다지 법에 해박하지 않은 만큼 집행 유예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앞서 그 뜻을 간단히 인용해야 할듯 하다.

'집행 유예'란 일단 유죄를 인정하여 형은 선고하되 정상을 참작해 일정한 요건하에 일정한 기간 동안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한 후, 특별한 사고 없이 그 기간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라고 한다. 뭐 말이 좀 어렵긴 하지만 대체로 지은 죄는 있으나 일정 기간 반성의 기미를 보이며 지내면 죄를 사하여 주는 뭐 그런...=_=;;;


지구가 멈추는 날을 보면서 든 생각은 딱 그것 하나.
'아. 이렇게 인류는 이렇게 집행유예를 받나 보구나'라는 느낌이었으니...


줄거리는...


갑자기 정부 기관에 연행되어 가는 우주생물학자 헬렌.
모처에서 그녀가 전해들은 이야기는 수십분 내에 지구로 미확인 물체가 돌진해 올 것이라는 것. 충돌과 동시에 지구는 사멸의 위기. 허나 이 미확인 물체는 충돌이 아닌 착륙을 하게된다. 허나 센트럴 파크에 미확인의 구체가 내려앉은 순간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고 현장에 도착한 헬렌은 외계 생명체와 대면하게 된다.

인간의 몸을 갖고 있는 외계 생명체 클라투는 그렇게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요구하지만 미정부에게 그 뜻이 묵살되면서 지구에 온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데...


키아누 리브스와 클라투...


언제부터 그에게 구세주 혹은 절대자의 이미지가 얹혀지기 시작했을까.
역시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매트릭스의 구세주 네오의 이미지 덕분일까?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 그가 갖고 있는 동양과 서양의 혼혈이란 혈통, 양쪽의 이질감을 상쇄하는 그의 외모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찍이 다양한 영화에서 그 만의 스펙트럼을 보이며 연기를 펼쳤지만 사실 인고에 회자되는 그의 캐릭터는 리틀 부다의 부처나 매트릭스의 네오, 콘스탄틴의 존 콘스탄틴과 같은 구세주의 이미지가 얹혀진 것들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 영화도 그런 이미지에 많은 걸 기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인류보다 우월한 자로서 지독할 정도로 냉철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주 가끔 비친 따스함은 인류의 육체 뿐 아니라 차가운 이성 안에서 마음을 가진 생물로서의 면모를 나름 잘 표현했던 것 같다. 심판자의 이미지와도 제법 맞아 떨어지고...

물론 영화 안에서 가끔 답답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고 어중간한 깨달음을 얻는 등 뭔가 납득되지 않는 캐릭터를 보이기도 했지만 -_-;; 살짝 키아누 리브스이니 용서해줘야 할 것 같은 묘한 마음의 어그러짐을 던져준 캐릭터라 하겠다.


2008년, 시의 적절했던 소재...


이 작품이 리메이크작이이란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았지만 원작을 챙겨보지 못한 탓에 그 둘 사이의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환경 문제로 지구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 21세기라는 세기말의 연장선에서 꺼내든 카드로는 영화의 소재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죄많은 인류의 단죄자로서의 외계인은 이전부터 SF에서 종종 다뤄진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시기도 딱 맞는 듯 했고...^^

지구가 멈추는 날의 설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구를 뛰어넘는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의 눈에는 지구를 파괴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지구인을 간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문명이 꽃 필수 있는 환경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그들 나름의 솔루션으로 자신들의 대표격으로 지구에 마지막 협상을 위해 외계인들의 대사격인 클라투를 파견한 것.

답이 없어 보이는 지구인들을 직접 접하면서 그는 원래의 계획대로 인류의 절멸을 진행하려 한다는 부분도 나름 괜찮았다. 혹 정말 그런 시나리오대로 인류 이후의 지구 풍경이 보였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메시지가 되었을 것 같은데...


인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는 공허...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뜨뜨미지근하거나 공허한 울림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대로 살면 안된다'는 마음을 관객들에게 환기시키고자 했던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이 메시지가 너무 교과서적이고 익숙한 즉 뻔한 이야기였다는 것...=_=;;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환경 측면에서 무너져가는 지구를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류가 변하지 못하는 건 수많은 인류 아니 당장 내 옆에 있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달라지지 않으니 나도 그냥 살아간다는 편리한 자기합리화 혹은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라는 경제 논리 등에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 않는 지구적 위기 상황은 늘 저만치 밀려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멈추는 날 안에서도 클라투에게 시종일관 기회를 달라고 매달리는 헬렌의 모습은 왠지 당장의 격변이 아닌 훗날의 변화를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대로는 누구도 변하지 않는 미래가 다가오고 인류는 차츰 뜨거워지는 물에 데쳐지는 개구리의 운명을 겪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는 영화 속에서 그간의 업을 집행유예의 형태로 받게 됐지만 과연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가 될지 모를 시간 안에 달라질 수 있을까? 지구를 갉아먹는 기생 관계가 아닌 지구와 공생하는 아름다운 공생의 관계를 갖을 수 있을까... 영화는 가벼웠는데 뒷맛은 예상대로 무겁게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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