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초원을 정원 삼아 자리한 작은 정자에 앉아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는 사람들.
그들 사이의 작은 티테이블 위에는 이름 모를 그러나 익숙한 향을 풍기는 차가 놓여있고...
애니메이션 '엠마, 영국 사랑 이야기'의 음악만 들어도 머릿 속에 그려지는 풍경이다.
단 한번도 가본적 없는 19세기 영국의 일상이 마치 손에 잡힐듯 떠오르는 건 아마도 TV를 비롯한 미디어의 공이 크겠지만 온전히 머릿 속에서 풍경을 자아낸 것은 양방언 음악의 힘이라고 믿고 싶다.
사실 엠마, 영국 사람 이야기는 스치듯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는 작품이다. 덕분에 일본인이 그린 영국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메이드와 주인 어른의 러브 로망을 주제로 재일교포 음악가가 빚어낸 음악이 어느정도 잘 어울리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음악만 들어도 왠지 푸근해지는 그런 아련함이 전해져와 최근 종종 듣곤 한다.
그렇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엠마, 영국 사람 이야기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 2005년 제작됐던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은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재일교포 음악가 양방언이 담당했다.
사실 엠마 OST를 접하기 전에는 그를 동양 음악에 기초한 뉴에이지 작곡가 혹은 연주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서양 악기인 피아노를 소재로 음악들을 만드는 듯 하지만 풍부한 동양적 정서를 녹여낸 여러 앨범을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부산 아시안 게임의 테마곡이었던 Frontier만 해도 현대적인 철도의 힘과 우리내 소리를 엮어 꿈을 꾸며 달리는 대륙의 기차를 잘 표현하지 않았던가. 그 이후에도 내가 접한 그의 음악은 상당 부분 동양적인 정서에 취해있는 듯 했다.
정규앨범을 비롯해 '12국기'와 같은 애니메이션, '차마고도'와 같은 다큐멘터리 등 그의 음악적인 뿌리는 동양적인 그것에 한없이 가까워보였다. 아니 오로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던 그의 음악에서 색다름을 발견할 수 있었던게 바로 엠마, 영국 사랑 이야기.
영국이란 포인트를 전달하기 위해 하프시코드나 리코더 같은 악기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낯선 영국을 표현하는 그의 음악은 악기의 종류를 떠나 애잔하고 우수에 젖어있었으며 따뜻했다. 이 가을에 아주 잘 어울린달까.
왠지 평소 마시던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얼그레이차라도 앞에 놓고 들어야 할 것 같은 음악.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가을을 보내기 아까운 따스한 오후에 들어보길 권하고 싶은 음반이었다.
타이틀이랄 수 있는 동영상 속 Sihouette of a Breeze를 비롯해 Emma, Menuet For Emma 등이 당신의 가을을 관통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